[뉴스] 불안한 정신건강, 몸 아플 때만큼 치료 서두르세요 | 관리자 | 2022-11-15 15:13:31 | 227 |
사회환경 영향받는 정신건강
경기침체·이태원참사·北위협
우울증·불안감 크게 증폭시켜
대형사고나 자연재해 당하면
멀쩡한 사람도 트라우마 생겨
외상 없어도 증후군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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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안타까운 뉴스를 자주 접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와 함께 치솟는 금리나 물가로 인한 팍팍한 살림살이, 주가 폭락,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요즘 우울한 소식들로 불안감과 우울증, 트라우마(Trauma·심리적 외상)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민의 정신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몸에만 질병과 고통이 없다고 건강하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나 병약함이 없는 게 아니라 온전한 신체적·정신적·사회적 행복이 충족된 상태를 말한다(Health is a state of complete physical, mental and social well-being and not merely the absence of disease or infirmity)"고 정의하고 있다.
육체적으로 특별한 이상이 없어도 정신적 또는 사회적으로 '아픈 상태'라고 하면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의사들도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면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사회적 상태를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정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리 풍족해도 행복하지 않다. 특히 정신건강은 그 사회의 신뢰, 협력, 투명성, 공정, 정의 같은 '사회적 자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민 정신이 건강해야 사회와 국가의 신뢰도뿐만 아니라 경쟁력이 높아진다. 기선완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국민 정신건강이 좋으면 사회적 자본인 신뢰, 협력 등이 강화되고, 사회적 자본이 든든하면 국민의 정신건강이 따라서 좋아진다"며 "선진국이 될수록 정신건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10월 10일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만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강 '마음건강', 이제는 마음에 투자하세요"라는 표어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 국민은 6·25전쟁 후 폐허와 잿더미를 딛고 70년 만에 세계 10위 경제 대국을 일궈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몸은 선진국 체형으로 바뀌고 건강해졌다. 그러나 압축성장의 그늘인 치열한 경쟁과 그에 따른 이기주의 만연은 정신건강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10만명당 25.7명(2020년 기준)으로 OECD 평균(11.1명)보다 2배 이상 높다.

그동안 우리는 정신장애나 정신질환을 나약한 정신력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여기고 스스로 극복해야 할 개인 문제로 치부해왔다. 정신장애를 질병이 아니라 군기가 빠졌거나 나사 풀린 정신 상태로 봤다. 일반 직장에서도 괴팍한 정신장애자나 정신분열증을 앓는 사람들을 일종의 '또라이'쯤으로 무시해왔다. 정신장애와 정신질환에 대한 불감증이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는 얘기다. 이번 이태원 참사도 "철없이 놀다 죽은 것을 애도해야 하나?" "스스로 선택해 가서 놀다가 죽었는데…"라고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적지 않았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누구나 살다 보면 결과가 좋지 않았던 선택을 할 수 있고, 삶과 죽음이 내 능력 밖의 일임을 절감하는 상황을 마주하곤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예기치 않은 죽음 앞에 더 신중해지고,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신건강과 관련된 주요 용어로는
△정신병
△정신질환
△정신장애 등이 있다.
정신병은 이상행동 증상을 보이는 여러 질환을 뜻하지만 중증 정신질환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병의 정확한 용어는 '정신병적 장애(Psychotic Disorder)'로, 조현병이 대표적이다.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병'이라고 알려진 질환으로, 누군가가 나를 해치려 든다는 '피해망상'과 누군가 내 이야기를 한다는 '관계망상', 기타 환청 증상을 보인다. 우리나라에는 조현병 환자가 약 50만명 있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5분의 1 정도만 병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현병 외에 조울증, 치매, 약물부작용, 뇌손상 등에 의해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정신질환은 병·의원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하는 질환 전체를 의미한다. 조현병을 비롯해 공황·강박장애와 같은 불안장애, 우울증, 불면증, 소아청소년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모두를 아우른다. 그러나 2017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를 "망상, 환각, 사고나 기분장애 등으로 인해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했다. 정신건강복지법이 정신질환자를 중증 정신병 환자로 제한해 진정한 의미의 '정신건강'이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이 법안은 정신질환자의 시급한 입원이나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에 대한 문제가 발생해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신장애는 정신 기능에 이상이 생겨 일상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장애(Mental Disorder)를 의미한다. 정신장애는 우울장애(주요우울장애·기분부전장애), 불안장애(강박장애·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공황장애·광장공포증·사회공포증·범불안장애·특정공포증), 알코올 사용장애(알코올 의존·남용), 니코틴 사용장애(니코틴 의존·금단) 등으로 나뉜다. 정신병과 정신질환, 정신장애의 상관관계를 정리하자면 정신장애는 정신병까지 포함한 폭넓은 의미이고, 정신질환은 정신과 전문의가 병실에서 진료하는 모든 질환을 통칭한다고 보면 된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2021년 만 18세 이상~79세 이하 국민 5511명을 대상으로 평생 정신장애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불안장애 9.3%, 우울장애 7.7%, 니코틴 사용장애 9.5%, 알코올 사용장애 11.6%로 나타났다.
강박장애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특정 사고나 행동을 시도 때도 없이 반복하게 되는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 꿈이나 회상을 통해 사건을 반복적으로 재경험해 고통을 느끼는 장애, 공황장애는 예기치 않게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을 느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 광장공포증은 광장과 같은 공공장소에 도움 없이 혼자 있게 되는 것에 대한 공포를 보이는 장애, 사회공포증은 특정 사회적 상황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뚜렷해 피하려 하고 피할 수 없을 때에는 불안을 느끼는 장애, 범불안장애는 최소 6개월 이상 수많은 사건이나 활동에 대한 과도한 불안과 걱정을 하는 장애, 특정공포증은 특정 사물, 환경, 상황에 대한 공포가 지나쳐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장애를 말한다.
정신건강은 멀쩡한 사람이라도 큰 사고나 자연재해 등 심각한 사건을 경험하게 되면 공포감을 느끼고 정신적으로 외상(트라우마)을 입을 수 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생 동안 한 번이라도 트라우마를 겪을 확률은 50% 이상으로 굉장히 높으며 가까운 사람의 죽음까지 포함한다면 80%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는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사건 이후
△강제적이고 반복적인 기억
△관련 장소나 상황 등을 회피하고
△예민한 상태 유지
△부정적인 인지와 감정 등 4가지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될 때 진단할 수 있다.
서울 한복판인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 많은 국민이 집단우울증과 트라우마라는 정신적 고통으로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심리적 고통을 겪는 '재난 경험자'는 재난으로 인해 직접적인 충격이나 손상을 받은 재난 피해자와 재난 피해자의 친구, 가족, 동료다. 여기에 소방관, 경찰관, 응급대원, 의사, 간호사 등 재난 지원 인력, 재난이 일어난 지역사회의 주민, 매스컴이나 대중매체를 통해 간접적인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는 국민 전체도 도움이 필요한 재난 경험자다.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이태원 참사는 우리가 평소 쉽게 노출되기 쉬운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 여느 사고보다 충격이 크다. 대다수 사람이 행사나 지하철 등에서 군중에 의해 밀렸던 경험이 있다 보니 나도 그런 위험에 빠질 수 있겠다는 불안을 느낄 수 있으며, 세월호 사고 이후 시대의 가치관을 흔드는 집단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팀이 2006년 내놓은 연구 결과를 보면 트라우마는 뇌의 3가지 영역(편도체·해마·전두엽 피질)에 영향을 미친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입게 되면 편도체(감정 인지·조절)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마치 처음으로 그 외상을 경험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또 과거와 현재의 경험을 구별하는 동시에 기억을 저장하고 검색하는 역할을 하는 해마는 부피가 줄어들면서 실제 외상 사건과 기억을 구별하지 못하게 되고, 외상을 떠올리게 하는 자극들을 위협 그 자체로 인식한다. 전두엽의 앞부분인 전전두엽 피질은 외부 자극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뇌의 통제력을 관장하지만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면 이 기능이 억제돼 두려움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전문가들은 트라우마가 생겼다면 자연스러운 뇌의 반응으로 여기고 적절한 치료와 올바른 대처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그동안 해왔던 수면, 식사, 운동 등의 일상을 최대한 유지하려 노력하라"면서 "일상을 유지하면서 당시 얼마나 무서웠는지 등을 주변 지인들에게 얘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심호흡과 근육 이완, 스스로 자기 몸을 감싸안는 나비 포옹법 등을 적용하면 더욱 좋다. 만약 이런 노력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 뇌에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면 내 뇌에서도 그 모습과 관련된 신경이 작동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뇌에서는 마치 내가 그 상황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하기 쉽기 때문에 시청각 매체의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평소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을 겪고 있는 환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침체·이태원참사·北위협
우울증·불안감 크게 증폭시켜
대형사고나 자연재해 당하면
멀쩡한 사람도 트라우마 생겨
외상 없어도 증후군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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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안타까운 뉴스를 자주 접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와 함께 치솟는 금리나 물가로 인한 팍팍한 살림살이, 주가 폭락,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요즘 우울한 소식들로 불안감과 우울증, 트라우마(Trauma·심리적 외상)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민의 정신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몸에만 질병과 고통이 없다고 건강하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나 병약함이 없는 게 아니라 온전한 신체적·정신적·사회적 행복이 충족된 상태를 말한다(Health is a state of complete physical, mental and social well-being and not merely the absence of disease or infirmity)"고 정의하고 있다.
육체적으로 특별한 이상이 없어도 정신적 또는 사회적으로 '아픈 상태'라고 하면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의사들도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면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사회적 상태를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정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리 풍족해도 행복하지 않다. 특히 정신건강은 그 사회의 신뢰, 협력, 투명성, 공정, 정의 같은 '사회적 자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민 정신이 건강해야 사회와 국가의 신뢰도뿐만 아니라 경쟁력이 높아진다. 기선완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국민 정신건강이 좋으면 사회적 자본인 신뢰, 협력 등이 강화되고, 사회적 자본이 든든하면 국민의 정신건강이 따라서 좋아진다"며 "선진국이 될수록 정신건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10월 10일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만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강 '마음건강', 이제는 마음에 투자하세요"라는 표어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 국민은 6·25전쟁 후 폐허와 잿더미를 딛고 70년 만에 세계 10위 경제 대국을 일궈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몸은 선진국 체형으로 바뀌고 건강해졌다. 그러나 압축성장의 그늘인 치열한 경쟁과 그에 따른 이기주의 만연은 정신건강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10만명당 25.7명(2020년 기준)으로 OECD 평균(11.1명)보다 2배 이상 높다.

그동안 우리는 정신장애나 정신질환을 나약한 정신력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여기고 스스로 극복해야 할 개인 문제로 치부해왔다. 정신장애를 질병이 아니라 군기가 빠졌거나 나사 풀린 정신 상태로 봤다. 일반 직장에서도 괴팍한 정신장애자나 정신분열증을 앓는 사람들을 일종의 '또라이'쯤으로 무시해왔다. 정신장애와 정신질환에 대한 불감증이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는 얘기다. 이번 이태원 참사도 "철없이 놀다 죽은 것을 애도해야 하나?" "스스로 선택해 가서 놀다가 죽었는데…"라고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적지 않았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누구나 살다 보면 결과가 좋지 않았던 선택을 할 수 있고, 삶과 죽음이 내 능력 밖의 일임을 절감하는 상황을 마주하곤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예기치 않은 죽음 앞에 더 신중해지고,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신건강과 관련된 주요 용어로는
△정신병
△정신질환
△정신장애 등이 있다.
정신병은 이상행동 증상을 보이는 여러 질환을 뜻하지만 중증 정신질환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병의 정확한 용어는 '정신병적 장애(Psychotic Disorder)'로, 조현병이 대표적이다.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병'이라고 알려진 질환으로, 누군가가 나를 해치려 든다는 '피해망상'과 누군가 내 이야기를 한다는 '관계망상', 기타 환청 증상을 보인다. 우리나라에는 조현병 환자가 약 50만명 있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5분의 1 정도만 병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현병 외에 조울증, 치매, 약물부작용, 뇌손상 등에 의해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정신질환은 병·의원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하는 질환 전체를 의미한다. 조현병을 비롯해 공황·강박장애와 같은 불안장애, 우울증, 불면증, 소아청소년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모두를 아우른다. 그러나 2017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를 "망상, 환각, 사고나 기분장애 등으로 인해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했다. 정신건강복지법이 정신질환자를 중증 정신병 환자로 제한해 진정한 의미의 '정신건강'이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이 법안은 정신질환자의 시급한 입원이나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에 대한 문제가 발생해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신장애는 정신 기능에 이상이 생겨 일상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장애(Mental Disorder)를 의미한다. 정신장애는 우울장애(주요우울장애·기분부전장애), 불안장애(강박장애·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공황장애·광장공포증·사회공포증·범불안장애·특정공포증), 알코올 사용장애(알코올 의존·남용), 니코틴 사용장애(니코틴 의존·금단) 등으로 나뉜다. 정신병과 정신질환, 정신장애의 상관관계를 정리하자면 정신장애는 정신병까지 포함한 폭넓은 의미이고, 정신질환은 정신과 전문의가 병실에서 진료하는 모든 질환을 통칭한다고 보면 된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2021년 만 18세 이상~79세 이하 국민 5511명을 대상으로 평생 정신장애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불안장애 9.3%, 우울장애 7.7%, 니코틴 사용장애 9.5%, 알코올 사용장애 11.6%로 나타났다.
강박장애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특정 사고나 행동을 시도 때도 없이 반복하게 되는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 꿈이나 회상을 통해 사건을 반복적으로 재경험해 고통을 느끼는 장애, 공황장애는 예기치 않게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을 느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 광장공포증은 광장과 같은 공공장소에 도움 없이 혼자 있게 되는 것에 대한 공포를 보이는 장애, 사회공포증은 특정 사회적 상황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뚜렷해 피하려 하고 피할 수 없을 때에는 불안을 느끼는 장애, 범불안장애는 최소 6개월 이상 수많은 사건이나 활동에 대한 과도한 불안과 걱정을 하는 장애, 특정공포증은 특정 사물, 환경, 상황에 대한 공포가 지나쳐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장애를 말한다.
정신건강은 멀쩡한 사람이라도 큰 사고나 자연재해 등 심각한 사건을 경험하게 되면 공포감을 느끼고 정신적으로 외상(트라우마)을 입을 수 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생 동안 한 번이라도 트라우마를 겪을 확률은 50% 이상으로 굉장히 높으며 가까운 사람의 죽음까지 포함한다면 80%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는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사건 이후
△강제적이고 반복적인 기억
△관련 장소나 상황 등을 회피하고
△예민한 상태 유지
△부정적인 인지와 감정 등 4가지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될 때 진단할 수 있다.
서울 한복판인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 많은 국민이 집단우울증과 트라우마라는 정신적 고통으로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심리적 고통을 겪는 '재난 경험자'는 재난으로 인해 직접적인 충격이나 손상을 받은 재난 피해자와 재난 피해자의 친구, 가족, 동료다. 여기에 소방관, 경찰관, 응급대원, 의사, 간호사 등 재난 지원 인력, 재난이 일어난 지역사회의 주민, 매스컴이나 대중매체를 통해 간접적인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는 국민 전체도 도움이 필요한 재난 경험자다.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이태원 참사는 우리가 평소 쉽게 노출되기 쉬운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 여느 사고보다 충격이 크다. 대다수 사람이 행사나 지하철 등에서 군중에 의해 밀렸던 경험이 있다 보니 나도 그런 위험에 빠질 수 있겠다는 불안을 느낄 수 있으며, 세월호 사고 이후 시대의 가치관을 흔드는 집단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팀이 2006년 내놓은 연구 결과를 보면 트라우마는 뇌의 3가지 영역(편도체·해마·전두엽 피질)에 영향을 미친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입게 되면 편도체(감정 인지·조절)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마치 처음으로 그 외상을 경험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또 과거와 현재의 경험을 구별하는 동시에 기억을 저장하고 검색하는 역할을 하는 해마는 부피가 줄어들면서 실제 외상 사건과 기억을 구별하지 못하게 되고, 외상을 떠올리게 하는 자극들을 위협 그 자체로 인식한다. 전두엽의 앞부분인 전전두엽 피질은 외부 자극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뇌의 통제력을 관장하지만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면 이 기능이 억제돼 두려움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전문가들은 트라우마가 생겼다면 자연스러운 뇌의 반응으로 여기고 적절한 치료와 올바른 대처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그동안 해왔던 수면, 식사, 운동 등의 일상을 최대한 유지하려 노력하라"면서 "일상을 유지하면서 당시 얼마나 무서웠는지 등을 주변 지인들에게 얘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심호흡과 근육 이완, 스스로 자기 몸을 감싸안는 나비 포옹법 등을 적용하면 더욱 좋다. 만약 이런 노력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 뇌에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면 내 뇌에서도 그 모습과 관련된 신경이 작동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뇌에서는 마치 내가 그 상황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하기 쉽기 때문에 시청각 매체의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평소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을 겪고 있는 환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